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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dol』 - Sebastian Schutyser

벨기에 사진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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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벨기에 사진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고인돌

: 지은경(Chaeg 편집장)


세계 자연 환경과 인류 문화 유산에 관한 사진을 찍는 벨기에의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는 한국의 고인돌을 6 년간 찾아다니며 사진촬영을 했다.  2016 년 12 월 초에 발행되는 그의 사진집 고인돌 Goindol 은 지난 6 년간의 사진 촬영의 기록이다. 국내 아트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텀블벅에서 기금을 모으고 책 전문 매거진 『책,Chaeg』에서 발행한 사진집 『고인돌』은 2010 년부터 2015 년에 걸쳐 매 해 여름마다 고인돌 밀집 지역인 경기도와 전라도, 그리고 경상도 등을 다니며 촬영하여 모은 40 장의 사진들과 작가 노트, 그 외에도 사진작가 배병우와 동북아지석묘 연구소장인 이영문의 추천 글이 함께 실렸다.






전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밀집해 있다. 그리고 아직도 고인돌의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 최초의 건축이자 아직도 많은 미스터리를 담고있는 고인돌은 갖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다. 고인돌은 농경사회였고 해안가나 강가에 밀집했던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현재 발견된 고인돌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과 구석기 시대의 것들로 북유럽과 서유럽의 해안가와 강가, 북아프리카의 해안가로부터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며 신석기 시대의 종착역은 한반도다. 한국 고인돌 밑에서 발견된 2 구의 유골이 모두 인도와 유럽인의 두개골이라 추정되며 한국과 인도의 농경 언어 400 여개가 동일하다. 즉 한반도는 조선시대와는 달리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때 매우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지던 국제적인 장소였다는 것이 여기서 유추된다.







세계의 고고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건축인 고인돌 연구의 가장 중요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거론한다. 또한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뉘는 다양한 형태의 미를 탐구하는 작업,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고인돌을 통해 연구하는 작업들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고려문화재단과 동북아지석묘 재단, 그리고 대학의 고고학과 등에서 고인돌을 연구하지만 몇 천년 전에 세워진 고인돌의 아름다움과 축조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한국이 전 세계 40%이상의 고인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인돌을 보존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대중의 관심은 아직도 미비하기만 하다.


인류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촬영하는 벨기에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2010 년에서 2015 년에 걸쳐 한국의 곳곳을 다니며 숨어있는 고인돌들을 핀홀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사진들은 그저 역사적 자료를 위한 사진이 아닌 오랜 시간과 비바람을 견디며 계속 같은자리를 지켜온 고인돌을 예술적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들이다. 그의 사진 속 고인돌을 둘러싼 나무들은 바람이나 비로 인해 흔들리고 있지만 고인돌은 고정된 채 한 자리에 머문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의 사진과 전문가들의 텍스트로 만들어낸 사진집은 예술적 가치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할 것이며 이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우리의 자연과 역사에 머물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고인돌 : 사진으로의 탐험(2010-2015) 

: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신성한 건축과 자연 사이의 관계는 인간이 환경을 일구기 시작한 이래 환경과 맺게 된 정신적 관계를 상징한다. 나는 자연과 문화가 긴밀하게 상호하고 그것이 느껴지는 장소에 관심이 많다. 수년간 자전거와 배에 몸을 싣고 니제르의 삼각주를 탐험하며 말리의 흙집 사원을 촬영했고, 스페인 북부에서 일곱 번의 겨울을 보내며 중세의 암자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잃지 않았고, 자연과의 최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건축물이었다. 고인돌도 그랬다. 풍부한 문화적 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된 한국의 문화유산 고인돌, 나는 기꺼이 그것들을 찾아 새롭고 매력적인 모험에 착수했다.


서울의 광란을 뒤로하고, 나는 동북아지석묘연구소(전남 화순 소재)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였다. 그곳은 여름장마가 한창이었고, 선사시대 유적지의 초목은 밝은 초록빛을 띠며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고인돌은 돌로 이루어진 조각과 건축의 융합물이라는 설명이 가장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고인돌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어떻게 상호하는지일 것이다. 사실상 이 고인돌은 문명 초기의 대지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념비적 건축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 못지않게 고인돌이 자리해있는 장소의 혼(genius loci)도 중요하다. 과연 이곳은 탐욕에 의해 관광명소로 둔갑한, 단순히 과거의 무덤일 뿐일까?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물질이 인간의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스마트워치가 건강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상징하기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점점 질병과 부패 앞에서 나약해져 간다. 이는 죽음이라는 명제마저 소비제일주의적 삶의 관점에서 정의하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과학기술만으로는 위안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과연 인간에게 위안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과학기술이 아닌 이 과거의 무덤이, 그 신성함과 고귀함이, 우리가 갈망하는 위안을,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지는않을까?


내 사진 속의 고인돌은 몰아치는 바람과 무성한 초목 가운데 서 있다. 고인돌은 비에 젖은 채 빛을 머금고 있다. 그것은 여전히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영적인 것이다. 자연 풍경의 극적인 변화와 전례 없는 환경 파괴가 자행되고 있는 현재, 이 사진들은 과거를 붙잡으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면 좀 어떤가? 거기서 인간과 자연, 환경, 풍경 사이의, 그리고 종국에는 바로 우리 자신과의 좀 더 균형 잡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슬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벨기에 출신의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1968 년 브뤼헤에서 태어나 콩고에서 자랐다. 겐트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겐트 왕립 미술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애초부터 아프리카는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말리의 흙집 사원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아가 칸 문화 재단 The Aga Khan Trust for Culture 의 후원을 받았다. 해당 프로젝트의 전 작품은 『Banco』라는 이름의 책으로 2003 년에 출판됐다. 더불어 아가 칸 문화 재단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Archnet’에 작품이 수록됐다.

20004 년과 2005 년, 두 번에 걸쳐 콩고와 우간다의 르웬조리 산맥을 탐험했다. 아프리카 대탐험에 관련한 신화와 화려한 자연경관에서 얻은 영감으로 르웬조리 산맥의 자연을 작업에 담았다. 전설 속 ‘달의 산맥’을 촬영한 작업은 지고한 실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업은 『Flowers of the Moon』이라는 이름으로 2007 년 책으로 출판됐다. 이후 그는 신성 건축과 그것이 속한 자연환경 간의 조화와 관계에 매료되어 로마네스크 양식의 에르미타를 찾아 스페인 북부로 떠났다. ‘에르미타’ 프로젝트는 대형의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잊힌 문화유산을 기록한 것으로서 ‘슬로 포토그래피’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최근 스페인 라파브리카 La Fabrica 의 예술잡지 『Matador』에 소개됐다.

그의 작품은 누데리흐트 Noorderlicht 사진 페스티벌, 파리의 메종 유러피안 드 라 포토그라피 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 프랑크푸르트의 독일 건축 박물관, 바마코 아프리카 사진과의 만남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 Africaine de Bamako, 제네 Djenné 대사원, 브뤼셀 아트센터 보자르 BOZAR, 앤트워프 사진박물관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그리고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전시되었다. 2005 년부터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아제르바이젠 등을 아우르는 중앙 아시아 음악인 후원 단체인 아가 칸 문화재단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2009 년에는 겐트 왕립 미술학교에서 초청 강사로, 2012 년부터 2013 년에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추천사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배병우


내가 세바스티안을 처음 만난 것은 6 년전 어느 여름날이다. 그는 이미 내 소나무 사진들을 잘 알고 있었고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우리는 자연을 매개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는 아프리카 르웬조리 산맥의 희귀한 자연환경을 담은 사진을 한국에서 전시하고 있었고, 스페인 피레네 산맥에 흩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에르미타(암자) 촬영을 7 년 만에 끝냈다고 했다. 그다음 프로젝트가 한반도에 퍼진 고인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밀집되어 있고, 그 형태나 기술 또한 매우 독특한 방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외국인이 그것을 알고, 또 그 아름다움을 조명하려 한다는 것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예전에 나 역시 고인돌 사진을 찍고 전시도 했던 적이 있었다. 내 작업의 주제는 언제나 “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진 풍경에 대한 고민이 늘 나를 따라다닌다. 고인돌은 우리 땅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다. 내가 고인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라북도 고창군의 밭에는 고인돌 수백 개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는데, 당시 고인돌의 중요성을 몰랐던 사람들은 그걸 깨부수고 훼손시켰다. 원초적인 건축물, 그러나 중요한 문화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30 여 년간 그대로 방치되어왔던 것이다. 현재는 그중 다수가 없어졌거나 개발로 자리가 옮겨지기도 했다. 고인돌이 있는 장소는 대부분 양지바르고 비옥한 토양을 갖춘 강가나 해안가였다. 과거 농경과 수렵 생활을 하며 넓은 땅에서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은 자신의 삶이 이어지는 바로 그곳에 고인돌을 세웠다. 이는 고인돌이 단순한 무덤의 역할만 했던 게 아니었음을, 설령 그것이 무덤이었다 하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언제나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죽음을 삶의 또 다른 형태로 바라봤음을 의미한다. 당시 나는 그러한 이야기와 신비로움, 그리고 웅장함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세바스티안의 고인돌 촬영에 몇 번 동행한 적이 있다. 그가 촬영한 많은 곳이 내가 예전에 촬영한 곳들과 겹치곤 했기에, 옛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편 보존을 이유로 울타리를 치고 주변 환경을 새롭게 정비해놓은 것을 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주변의 자연환경, 주거지들과 함께 존재해 더욱 그 특별함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세바스티안은 한반도 고인돌이 가진 독특한 미에 끝없이 감탄했다. 그리고 가장 원시적인 카메라인 핀홀 카메라로 오랜 시간을 들여 고인돌을 촬영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고인돌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사진 속 고인돌은 몽롱한 빛이 돌 위에 고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주변은 바람과 비에 흔들리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존재 그 자체였다. 고인돌을 바라보고 있자면, 당시 고인돌을 지었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 땅에 가장 먼저 정착한 우리의 선조들일 것이다.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듯, 오랜 시간을 머금은 객체는 무엇이든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가 찾아야 하는 한반도의 독특한 그림들이다.





우리의 과거를 두고 문화 단절 36 년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오랜 세월 우리는 외세로부터 시달리며 단절된 문화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야 했던 많은 것을 놓치고, 또 영영 잃어버리기도 했다. 왜 고인돌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또 어떻게 살아왔는지, 즉 우리는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토록 아름다운 조형미를 가진 존재라면 그 흥미로움은 배가된다. 인류 탄생의 근원지가 아프리카이고 그 줄기가 북반부의 대륙을 통해, 남반구의 해류를 통해 한반도로 흘러들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고대 인류의 기나긴 여행의 종착지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최대의 화두는 자신이 어디서 왔고, 지금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후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고인돌의 신비로운 분포, 그리고 그를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우리는 새삼 알지 못했던 인류의 기원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건축적 미학과 과학적 치밀함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 사진작가 세바스티안이 한반도 고인돌을 촬영하겠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매우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바로 우리가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산속에 흩어지고 가려진 고인돌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바람 불고 폭풍우 치는 날도 마다치 않고 고인돌을 찾아 나섰고, 그 궂은 작업은 5년간 계속되었다. 그 긴 시간의 인내가 가능했던 것은 척박한 아프리카의 르웬조리 산맥에 올라 신비로운 자연을 카메라 안에 담고 스페인 피레네 산맥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찾아다닌 에르미타로 단련된, 구도자와도 같은 마음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배병우



1950 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배병우는 대한민국의 사진작가다. 1974 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1976 년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1981 년부터 2015 년까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사진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한국의 독특한 랜드스케이프와 소나무 사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과 소시에테 제네랄 컬렉션, 리움 등에서 전시되었으며 또한 소장되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저서로는 『Sacred Woods』, 『Windscape』 등이 있다.




추천사


수천년을 지켜 온 살아있는 역사

: 이영문


사진작가 세바스티안과의 인연은 5 년 전 고인돌 사진촬영차 동북아지석묘연구소를 방문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만났을 때 고인돌에 매료되어 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새삼 그와 같은 열정이 아직 남아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바스티안은 그 후 매년 전라남도에 찾아왔다. 나는 그의 고인돌 촬영에 함께 동행하기도 하며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그는 햇볕이 없는 흐린 날이나 보슬비가 내리는 날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내게 선물한 고인돌 사진은 내 연구소의 한쪽 벽에서 매일 아침 나를 맞이한다. 보면 볼수록 고인돌이 가지는 신비감과 더불어 사진작가의 마음이 그 위에 녹아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바스티안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자연 풍광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사진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이전에 촬영했던 다른 나라의 고인돌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고, 우리는 한반도 고인돌과 비교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왜 세바스티안은 한반도 고인돌에 관심을 가졌을까? 나는 지금도 그것이 궁금하다.





한반도의 고인돌은 중국 랴오닝성(요령성)을 포함하고, 일본 구주 지역까지 하나의 밀집 분포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바로 한반도다. 우리의 고인돌은 다른 나라의 것들과는 생김새(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탁자식 고인돌의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분포해 있지만, 우리의 것처럼 잘 정제되고 다듬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형태는 주로 한반도 중부와 이북에 분포한다. 이남에는 거대한 바위 밑에 네 개의 받침돌(支石)이 고인 기반식의 고인돌이 많다. 수십 톤에서 200 여 톤에 이르는 이 고인돌은 그 축조의 신비감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힘과 기술로 어떻게 저런 큰 돌을 옮겨왔고, 그 밑에 돌을 고일 수 있었을까? 게다가 축조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우리 선조들의 돌을 다루는 기술과 돌을 이용한 건축물의 축조 기술은 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기 그지없다. 또한 한곳에 수십 기에서 100 여 기가 열과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고인돌 무리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거석문화의 풍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평지나 구릉 위에 단독으로 세워진 고인들은 거대하면서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들은 무덤이라기보다는 주변 집단들의 상징적인 기념물로 축조되었다. 무덤으로 사용된 고인돌은 대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열 지어 나타난다. 지상에는 바위 같은 덮개돌만 드러나 있어 일반인들은 그것이 고인돌이라는 것을 쉽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돌들을 발굴해보면, 주검이 묻힌 무덤방( 石室)과 함께 사람 뼈가 발견되기도 한다. 무덤방 안에서는 간돌검( 石劍)이나 간돌화살촉(石鏃), 비파형동검 등 무기류와 옥 같은 장신구, 부장토기 등이 부장 유물로 발견된다. 그래서 고인돌을 ‘무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마을 주변의 논밭이나 산기슭에 널려 있는 바윗돌을 신비하게 여겼다. 신비롭고 커다란 바위들에 대한 궁금증은 많은 이야기를 낳았고,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고인돌이란 명칭도 우리 선조들이 이름 지은 것이다. ‘괸돌’ ‘괸바위’ ‘굄돌’ ‘고엔돌’ 등은 일반적으로 고여 있는 돌이란 뜻이다. 웅장하고 거대한 고인돌들에는 장군바위, 왕바위, 마고할머니 전설 등이 전해진다. 장수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든지, 마고할미가 치마폭에 싸 옮겨왔다든지 등 신비한 축조 기술을 전설화한 것이다. 고인돌에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이야기도 많다. 장수를 바라는 거북바위, 일생을 관장하는 칠성신을 상징한 칠성바위, 복을 가져다준다는 복바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일상생활의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위가 편평한 바위 위에서는 수확한 작물을 말리기도 하고(덕석바위, 마당바위라고 한다), 집 안의 장독대가 되기도 했으며, 고인돌 밑의 공간을 가축우리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고인돌은 수천 년 동안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온 살아 있는 역사다. 과거 이 땅에 터전을 두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민족유산이자 삶의 흔적이다. 2000 년 12 월 고창, 화순, 강화지역의 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제 한반도의 고인돌은 세계 모든 인류가 아끼고 가꾸며 보존해야 할 세계적인 유산이 된 것이다. 한반도 고인돌은 세계적으로 밀집 분포권을 이룬 하나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고인돌 형태와 거대한 규모를 가진 고인돌, 간돌검 등의 화려한 부장풍습은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특징이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은 고인돌의 역사적인 우수성만이 아닌 한반도 고인돌이 가진 예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그 신비로운 자태를 작가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담아냈다. 그의 사진 속 고인돌은 표면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새겨진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마치 3 천 년 전 고인돌의 혼이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영문


1953 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이영문은 고인돌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 목포 국립 대학교 고고학과 교수이자 동북아지석묘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 한국 지석묘사회 연구』, 『한국 청동기시대 연구』, 『세계유산 화순 고인돌』, 『세계유산 고창 고인돌』, 『고인돌 이야기』, 『고인돌, 역사가 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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